아티클
혼자 여행하는 법 — 계획 없이 부산 3일
어디 갈지 모른 채 부산역에 내렸다. 그 3일이 왜 지금도 기억에 남는지.
부산역에 내린 건 오전 9시였다. 숙소도 없었고, 가고 싶은 식당 목록도 없었다. 스마트폰을 주머니에 넣고 역 광장에 서서 그냥 사람들이 움직이는 방향을 따라 걸었다. 첫날은 그렇게 시작했다. 계획 없는 여행이 불안하게 느껴지는 이유는 무언가를 ‘놓칠까봐’이다. 인스타그램에서 본 카페, 블로그 추천 맛집, 일몰 명소. 그런데 범일동 시장 골목에서 우연히 들어간 국밥집은 어떤 리스트에도 없었다. 새벽 5시부터 문을 여는 그 집 할머니는 혼자 온 손님을 신기하게 봤지만, 국밥 한 그릇을 내오면서 ‘멀리서 왔냐’고 물었다. 그 물음이 첫날의 전부였다. 둘째 날은 전포카페거리에서 시작했다. 커피를 마시러 갔다가 옆 테이블의 대화가 들렸다. 부산에서 자란 두 친구가 20년 만에 만나 이 동네가 얼마나 변했는지 이야기하고 있었다. ‘여기 원래 자전거 수리점 있었잖아.’ ‘맞아, 그 아저씨 어떻게 됐지?’ 나는 그 대화를 훔쳐 들으며 이 동네의 지층을 조금 느꼈다.
셋째 날 아침, 숙소를 체크아웃하고 다시 부산역으로 걸어가는 길에 깨달은 것이 있다. 계획이 없었기 때문에 생긴 일들이 있었다. 국밥집 할머니의 질문, 전포카페거리 대화, 해운대 아닌 민락동 해변에서 혼자 앉아 있었던 저녁. 이것들은 ‘부산 여행 추천 코스’에는 없다. 계획 없는 여행이 더 낫다고 주장하려는 게 아니다. 다만, 지도 앱이 안내하는 최단 경로 바깥에도 부산이 있다는 것, 그리고 그 부산을 만나는 데 필요한 건 일정표가 아니라 길을 잃어도 괜찮다는 태도라는 것. 그게 이 3일이 남긴 것이다.